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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슈퍼스타’ 대한민국의 밝은 빛, 그리고 어두운 그림자

권의종 2024-08-13 조회수 45
'성장의 슈퍼스타’ 대한민국의 밝은 빛, 그리고 어두운 그림자
  •  권의종
  •  승인 2024.08.0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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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칭찬에 대통령실 '화들짝'...마치 보고서가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반색하며 브리핑을 자청

정치권은 사사건건 '싸움질'...나라가 어디로 가고 경제가 어찌 될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카오스'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세계은행은 칭찬에 인색하지 않다. 올해 발표한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만 봐도 그렇다. 한국을 '성장의 슈퍼스타'로 높이 평가했다.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기 위한 조건으로 투자, 기술도입, 혁신을 들면서 한국을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았다. “한국 경제사는 모든 중소득 국가의 정책 입안자들이 숙독해야 할 필독서(required reading)”라며 치켜세웠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한국의 경제적, 정치적 성취는 분명한 사실이다. 국민 모두 자부심을 느낄만하고 전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성과다. 1960년대 1인당 국민소득 60달러 안팎의 빈곤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점프했다. ‘30-50클럽’(인구 5,000만 명 이상,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에 일곱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에 이어 원전, 방산까지 경쟁력을 갖춘 데다 한류 등 소프트파워까지 확보했다.

칭찬받을 때 참기 힘든 게 있다. 자랑이다. 겸손이 미덕인 줄 알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순간적으로 맞장구치며 자랑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 이번 세계은행 보고서에 대통령실이 보인 반응 또한 그렇다. 마치 보고서가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화들짝 반색하며 브리핑을 자청하고 나섰다. 

경제수석은 3대 성공조건과 관련해 "보고서에는 없으나 한국은 R&D의 경우 개도국 중 선도적으로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을 설치하고 지속적인 투자 노력을 기울였다"며 "2022년 기준 GDP 대비 R&D 규모 세계 2위 수준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국제기구 세계은행이 한국의 경제 발전 역사를 극찬하고 다른 개도국들에 모범이 될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는 건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자부심 유익하나 자화자찬 위험

수석의 설명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세계은행 보고서가 투자와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건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제지원,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와 같은 첨단산업기반 조성 등이 올바른 정책 방향임을 증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서 창조적 파괴라고 언급한 것은 우리 잠재성장률 저하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적 요인이 결국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이어 경제수석은 "정부는 우리 경제의 역동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할 것"이며 "노동, 의료, 교육, 연금개혁 및 인구위기 극복에 반드시 성공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이끌겠다"고 언급했다. 또 윤 대통령과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 간 두 차례 면담을 비롯한 한국 정부와 세계은행 간 긴밀한 협력관계가 결실을 본 것이며 한국의 발전 경험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우리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수석은 "디지털전환 부총재 선임을 계기로 세계은행과 한국 간 협력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디지털, 인공지능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서 우리나라의 국제사회에서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내용까지 부연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려는 정부의 노력은 참으로 가상하다. 매우 긍정적이다. 국민의 큰 박수 감이다. 다만, 가만히 있어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게 될 사실을 그것도 주무 부처가 아닌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설명하는 건 왠지 어색하다. 자화자찬 같아 솔직히 낯간지럽다. 역효과가 날까 마음이 편치 않다. 정 알리고 싶으면 나중에 관련 사안을 언급할 때 돌려 말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노동·교육·연금 등 시스템 개혁 시급

대통령실 브리핑에 감히 토를 다는 건 어떤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다.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 어두운 불안 요인이 공존하는 현실이 영 마음에 걸려서다. 국가소멸론까지 거론될 만큼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하다.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경제 활력이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노동, 교육, 연금, 금융 개혁 등 사회적 시스템 혁신이 시급하나, 말만 무성할 뿐 실행은 요원한 상태다.

말이 나온 김에 하는 얘기지만 연구·개발은 자랑할 거리가 못 된다. 윤석열 정부가 성역으로 불리던 R&D 부문을 ‘이권 카르텔’이라고 지목하고 올해 예산을 삭감했다가 과학연구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재정 누수를 줄이려는 취지는 사라지고 연구개발 홀대라는 프레임에 갇히고 말았다. 충분한 설명과 설득 과정 없이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정부가 다시 내년 R&D 예산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편성할 것을 밝히자 업계는 원상복구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다.

정치권은 사사건건 싸움질이다. 민생은 말뿐, 국민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법안 통과 강행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 필리버스터 지연과 법안 재의결이 도돌이표다. 그래도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등 포퓰리즘 이행에는 기를 쓴다. 국민 여론마저 두 동강 나 합리적 사고와 분별력은 고장 나 있다. 나라가 어디로 가고 경제가 어찌 될지 예측 불가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시계 제로, 카오스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그나마 위기의식이라도 있었다. 나라를 살리고자 어린아이의 돌 반지까지 들고 나왔다. 그 덕에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지금 와서 또 그러라면 아마도 힘들 것이다. 성공에는 묘한 특성이 있다. 성공에 취하는 순간 성장은 뒷걸음치고 만다. '성장의 슈퍼스타' 대한민국이 늘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주의 사항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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