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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 입법과제](43) \'중소기업\' 범위 손보고, \'중견기업\' 명칭 바꿔라

권의종 2024-08-20 조회수 34
[제22대 국회 입법과제](43) '중소기업' 범위 손보고, '중견기업' 명칭 바꿔라
  •  권의종
  •  승인 2024.08.2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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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지원 기준, '크기' 말고 '경쟁력'으로...중소벤처기업부,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만한 중소기업 100곳을 선정해 3년간 밀착 지원하는 ‘점프업 프로그램’ 시행...하지만 접근 방식에 문제 있고 효과 의문시...중소기업의 덩치를 키워 중견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수...중소기업의 범위를 명확히 정의해야 지원 대상이 정확하게 설정되고 이를 통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가능...글로벌 경쟁 시대를 맞아 경쟁력 있는 기업을 후원해야

지난 5월 30일 제22대 국회가 개원했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 중후반기, 그리고 다음 정부의 임기 초반기를 함께 할 국회이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올해 창간 12주년을 맞아서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과 공동으로 ‘제22대 국회 입법과제’라는 주제로 온라인포럼을 개최한다.<편집자 주>

■공동주최 : 금융소비자뉴스, (사)서울이코노미포럼

■후원 : (사)전국퇴직금융인협회, (사)금융소비자연맹, 금융소비자연구원, 서울자본시장연구원


[권의종 칼럼] 중소벤처기업부는 활동적이다.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 내려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만한 중소기업 100곳을 선정해 3년간 밀착 지원하는 ‘점프업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중견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중간에 위치하는 기업이다. 업종별 규모 기준으로는 매출이 400억∼1,500억 원 이상이거나 자산규모가 5,000억 원 이상 10조 원 미만이다. 한편, 중소기업은 종업원 300인 미만이거나 자본금 80억 원 이하 기업이며, 대기업은 자산 총액 5조 원이 넘는 상호출자제한집단을 말한다. 

중기부가 중견기업 수를 늘리려는 건 산업의 허리를 강화하려는 의도다. 중견기업으로 올라서는 중소기업이 점점 줄어 성장 사다리가 약해지고 있음을 우려한 조치다. 실제가 그렇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새로 진입한 기업은 2019년 142개, 2020년 167개, 2021년 165개였으나 2022년에는 87개로 급감했다. 

중기부는 업종별 전문가, 투자자, 학계 등 민관합동평가단을 꾸려 올 하반기 중 후보 기업을 선발할 계획이다. 대상 업종은 아직 정하지 않았으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신사업 위주로 키울 방침이다. 성장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유입이 많아져야 중견기업 진입도 늘 거라는 판단에서다. 금형 등 뿌리 기업도 신사업에 활용할 수 있어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게 중기부 설명이다.

후보 기업에 선정되면 전담 디렉터를 통해 3년간 자문을 제공한다. 디렉터는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가 추천하는 업종별 전문가, 스케일업 경험이 있는 벤처기업인, 전 대기업 임원 등으로 구성한다. 해당 기업에는 매년 2억5,000만 원씩 3년간 최대 7억5,000만 원을 오픈바우처 형태로 지원한다. 

덩치 키우는 중견기업화 시도는 무리수

기술보증기금 보증 등 금융 지원을 스케일업에 투입한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최대 200억 원 한도로 특례보증을 지원한다. 혁신성장 펀드, 중견기업 전용 펀드, 수출금융 등과 연계해 후보 기업이 스케일업 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언뜻 제도의 목적이 좋고 취지가 참신해 보인다. 하지만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고 효과가 의문시된다. 중소기업의 덩치를 키워 중견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수다. 경제가 활력을 회복하고 지속해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건 기업의 크기가 아니다. 사업성과 경쟁력이 관건이다. 

3년에 걸쳐 100개 중소기업에 한정해 지원을 집중하는 것 또한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 활용과 거리가 멀다. 예컨대 한 기업당 지원되는 신용보증 200억 원이면 200개 기업에 1억 원씩 도울 수 있다. 설사 중견기업 100개를 더 늘려본들 경제에 무슨 그리고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혹평을 가하자면, 중견기업 진입 업체 수가 2021년 165개에서 2022년 87개로 떨어진 걸 회복하는 거에 불과할 수 있다. 

'중견기업' 용어도 부적절하다. 중견의 견(堅)은 굳고 튼튼하고 단단함을 뜻한다. 그렇다면 중견기업은 중간 규모의 기업이 아닌, 말 그대로 견실한 기업을 뜻해야 맞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 사전에서도 ‘중소기업의 중견기업화’를 “중소기업을 자생력 있고 견실한 성장세를 가진 기업으로 변모시키는 것을 이른다”고 풀이한다. 업계의 시각도 같다. 동국제강은 외형보다는 내실 있는 ‘중강(中强)기업’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정책은 실질이 우선이나 형식도 중요

중소기업 범위도 손봐야 한다. 중소기업지원법에서 중소기업의 범위를 규정한 것은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경제 정책의 효과적인 실행과 기업 간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중소기업은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나 대기업보다 자원과 역량이 부족하다. 이를 돕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때 중소기업의 범위를 명확히 정의해야 지원 대상이 정확하게 설정되고 이를 통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가능하다. 

중소기업에는 세제 혜택, 금융 지원, 보조금 등 다양한 재정적 지원이 제공된다. 이 경우에도 중소기업의 범위를 명확히 정의해야 이러한 혜택이 적절한 기업에 돌아가도록 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같은 경쟁 환경에서 운영될 때도 중소기업은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이때도 중소기업의 범위를 정의함으로써 이들 기업이 시장에서 대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보호할 수 있다. 

중소기업 지원 기준을 기업의 '크기'에서 '경쟁력'으로 바꿔야 한다. 경제개발 초기에는 산업의 뿌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의 저변을 늘려야 했다. 규모가 작은 기업을 최대한 육성해야 했다. 지금은 아니다. 글로벌 경쟁 시대를 맞아 경쟁력 있는 기업을 후원해야 맞다. 영국의 경제학자 슈마허가 1973년 출간한 경제비평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는 이미 시대착오적이다. “강한 것이 아름답다(Strong is beautiful)”는 명제로 바뀌어야 한다. 

아쉬움은 또 있다. 주제넘은 얘기 같으나 잦은 외래어 표현이 귀에 거슬린다. 중견기업 양성 정책만 해도 그렇다. 스케일업, 점프업, 디렉터, 오픈파우쳐, 벤처캐피털 등의 단어가 여럿 등장한다. 그 좋은 우리말 놔두고 굳이 외국어를 끌어다 쓰는 게 부자연스럽다.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용어를 정확히 정의하고 언어를 적절히 구사해야 한다. 실질이 우선이나 형식도 중요하다. 명실상부만 한 게 없다. 

필자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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