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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 입법과제](44) 티메프 사태, 봇물 터진 법안 제대로 다듬어라

나병문 2024-08-20 조회수 37
[제22대 국회 입법과제](44) 티메프 사태, 봇물 터진 법안 제대로 다듬어라
  •  나병문
  •  승인 2024.08.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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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티메프 사태 이후 전기통신사업법·전자금융거래법·전자상거래법 개정안 7건이나 발의...티메프 사태가 드러낸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TJ 이커머스의 ‘정산 주기 감축’과 ‘에스크로 도입’ 필요...금융당국도 불합리한 정산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의지 밝혀...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여야가 앞다퉈 법안을 발의한 만큼, 국회에서 모처럼 머리를 맞대고 관련 법안 논의에 집중해야

지난 5월 30일 제22대 국회가 개원했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 중후반기, 그리고 다음 정부의 임기 초반기를 함께 할 국회이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올해 창간 12주년을 맞아서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과 공동으로 ‘제22대 국회 입법과제’라는 주제로 온라인포럼을 개최한다.<편집자 주>

■공동주최 : 금융소비자뉴스, (사)서울이코노미포럼

■후원 : (사)전국퇴직금융인협회, (사)금융소비자연맹, 금융소비자연구원, 서울자본시장연구원


[나병문 칼럼]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보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에서 여행·숙박·항공권 등을 환불받지 못해 한국소비자원의 집단 분쟁조정에 참여한 소비자가 9천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의 판매대금 정산 주기가 너무 길어서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다수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티메프는 일부 상품권의 할인율을 비정상적으로 높여 판매함으로써 고객을 끌어모았다. 동사는 판매대금 정산 주기를 70일까지로 늘려잡고, 그동안 무이자로 자금을 이용함으로써 마치 CP(기업어음)처럼 사용한 셈이다. 그에 대해,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회사의 운영비용이나 투자자금으로 유용했을 수 있다”라며, “티메프는 고객의 돈을 중개만 해줘야 하는데 판매대금을 오래 가지고 있으면서 마음대로 쓴 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도 “티메프는 일종의 금융업이라 볼 수 있는 PG사(전자지급결제대행사)를 같이 하고 있는데 그동안 규제를 전혀 안 받고 있었다”라고 비판했다. 그의 언급처럼 현재는 이커머스 관련 법 규정이 없어 업체마다 정산 주기가 제각각이다. 네이버 등의 오픈마켓은 고객이 구매를 확정한 다음 날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지만, 위메프와 티몬 등은 매출 발생 후 정산까지 최장 70여 일이 걸린다.

이번 사태로 인해서 플랫폼 입점 판매자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급한 대로 몇몇 은행에서 취급 중인 '선정산대출(先精算貸出)'을 받고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선정산대출이란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가 은행에서 판매대금을 먼저 받고, 정산일에 은행이 이커머스로부터 정산금을 수령(受領)하면 대출이 상환되는 구조다. 자금 사정이 취약한 판매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적으로 법안 발의하는 정치권

티몬·위메프 사태의 파장이 커지자 여야 의원들이 앞다투어 관련 법안을 들고나왔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불거진 티메프 사태 이후 전기통신사업법·전자금융거래법·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7건이나 발의됐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플랫폼 입점 업체에 대한 결제 대금 정산 기한을 10일 이내로 하고, 소비자의 결제 금액을 은행에 예치 신탁하는 에스크로(escrow)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 의원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에 대한 법적 규제가 명확하지 않아, 업체에 유리하게 운영되던 거래 질서를 바로잡고 입점 업체를 보호하자는 뜻에서 개정안을 발의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은 이커머스 상품 대금 지급 기간을 30일 이내로 규정하고, 정산대금도 별도 관리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통신판매중개업체가 정산대금을 임의로 유용하지 못하도록 별도 관리하고, 이를 위반할 시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받도록 명시했다. 또한, 이커머스의 대금 지급 의무 기한을 규정해 유사 사태를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상품 결제가 완료된 후 한참 지난 뒤에야 판매자에게 대금 정산이 이뤄진 점이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임을 반영하듯,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은 한결같이 '정산 주기 단축'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정산 주기를 '구매 확정 후 5영업일 이내', 고동진 의원은 ‘10영업일 이내’로 규정했다. 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배송 완료 뒤 10일’, 김남근 의원과 김한정 의원은 ‘소비자 구매상품 수령 후 14일 이내’로 설정했다.

보여주기식 탈피하고, 민생에 몰두하는 국회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티메프 사태가 드러낸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커머스의 ‘정산 주기 감축’과 ‘에스크로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티메프 사태가 이커머스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상황”이라며 “조속히 에스크로를 도입해 플랫폼에서 물건을 팔았을 때 판매대금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불합리한 정산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근 발표한 ‘위메프·티몬 사태 추가 대응 방안 및 제도개선 방향’에는 이커머스에 대형유통업체보다 짧은 정산 기한을 도입하고, 대금 일부를 별도 계좌에 관리토록 하는 법 개정 추진 계획이 담겼다. 그에 대해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법은 과거의 어떤 행위로 현재를 판단하는데, 이런 산업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명목상의 규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라며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지난 6월에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표했다. 그 법안에는 부가통신사업자의 건전한 거래환경 조성, 기술 발전 등 혁신 촉진, 이용자 보호 및 상생 협력을 위한 자율규제의 법적 근거가 담겨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자율규제’를 강조한 바 있다.

그 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서 여야의 입장 차가 뚜렷하다. 국민의힘은 자율규제 정책을 깨지 않는 선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주력하는 모양새고, 민주당은 자율규제 정책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여야가 앞다퉈 법안을 발의한 만큼, 국회에서 모처럼 머리를 맞대고 관련 법안 논의에 집중하길 기대한다. 국민은 정쟁으로 밤을 새우는 대신 민생에 매달리는 선량(選良)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필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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