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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 입법과제](46) 정권에 따라 변하는 연구정책은 이제 그만

백승희 2024-09-02 조회수 16
[제22대 국회 입법과제](46) 정권에 따라 변하는 연구정책은 이제 그만
  •  백승희
  •  승인 2024.09.0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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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는 브레인들, 연구계 재정비 시급...문제는 기존에 진행되던 연구들이 정권에 따라서 중요도가 달라져 연구비 지원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연구자와 기관들은 정책의 변화에 따라 연구 방향을 조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돼...더 이상의 후퇴를 막기 위해 연구분야 만큼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정부는 연구 개발을 국가의 장기적인 비전으로 보고 지속적인 지원 약속해야

지난 5월 30일 제22대 국회가 개원했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 중후반기, 그리고 다음 정부의 임기 초반기를 함께 할 국회이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올해 창간 12주년을 맞아서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과 공동으로 ‘제22대 국회 입법과제’라는 주제로 온라인포럼을 개최한다.<편집자 주>

■공동주최 : 금융소비자뉴스, (사)서울이코노미포럼

■후원 : (사)전국퇴직금융인협회, (사)금융소비자연맹, 금융소비자연구원, 서울자본시장연구원


[백승희 칼럼]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자들이 해외로 떠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스위스로 떠난 고분자 합성연구 분야의 전 서울대 최태림 교수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아도 그의 제자들은 닭장같은 공간에서 일하며 많은 돈을 줄 수도 없었다고 하며 지난해 연구비가 줄어든 것을 계기로 스위스행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연구를 업으로 하는 연구자들 뿐만 아니라 신기술 개발을 사업화하기 위해 연구비를 지원받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연구비를 지원받기까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는 것이다.

연구비를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연구 동향을 조사하고 RFP로 불리는 과제 제안 요구서 작성부터 발표 준비, 다양한 제출 서류 등을 준비해야 한다.

요즘같이 연구비가 줄어든 상황에서는 연구비 따내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를 바가 없다. 확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연구비를 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유는 연구비가 끊기면 연구가 단절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연구를 통해 월급을 받는 대학원생들이나 연구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의 파장이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예산은 이번에도 타이트하게 진행된다고 한다. 다행인 것은 과기정통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삭감 이전 수준으로 원상복구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주요 연구들은 기존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정권에 따라 바뀌는 정책과 연구들

그런데 연구 분야에 있어 큰 문제는 기존에 진행되던 연구들이 정권에 따라서 중요도가 달라져 연구비 지원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연구는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오랜 기간에 걸친 투자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 정책이 180도 바뀌면서 기존에 추진하던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우선순위가 낮아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표적으로 원자력 에너지 정책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탈원전 정책이 추진됨에 따라 이 시기에 원자력 연구 예산 또한 대폭 삭감되었었다.

그러나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원자력 에너지는 다시금 주목받게 되었고 관련 분야 연구비는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문제는 탈원전 정책을 펼치던 시기에 연구비를 지원받지 못하던 연구자들이 대거 해외로 떠나게 됐다는 점이다.

원전이 정지된 탓에 원전 기술자들도 대거 이탈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었으나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위기를 겪었었다.

이처럼 주요한 정책들이 정권 교체에 따라 변경되면 그에 관련된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우선순위가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연구자들과 기업들이 불안정성을 느끼게 하고, 장기적인 목표 설정과 실행에 어려움을 겪게 만들어 장기적인 연구 개발(R&D) 계획의 일관성 또한 저해된다.

한결같은 선진국들의 연구지원

이로 인해 연구자와 기관들은 정책의 변화에 따라 연구 방향을 조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이는 연구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본질적인 연구보다 단기적인 성과를 우선시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즉, 현 정부에서 주장했던 도전적 연구를 할 환경조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인터넷, 독일의 재생에너지, 우리나라의 반도체 등은 모두 연구개발(R&D)을 통해 탄생된 결과물들이다. 이러한 성과가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은 정권이 바뀌어도 묵묵히 지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주로 의회를 통해 연구비가 배정되나 연방 정부의 예산 중 과학기술 연구 개발에 할당된 자금은 각 연방 기관에 의해 관리되며, 기관들은 장기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립과학재단(NSF)이나 국립보건원(NIH)과 같은 기관은 정권이 바뀌어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예산을 유지한다.

미국이 인터넷 기술을 개발한 곳은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기회국(DARPAㆍDef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으로 정치권 등 외부의 영향력 행사를 최소화하는 독립적 조직이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 조차 DARPA의 연구 개발에는 어떠한 영향력도 미칠 수 없다.

독일 또한 막스 플랑크 연구소, 프라운호퍼 연구소 등 세계적인 연구 기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기관은 국가의 지속적인 예산을 지원을 받는다. 이러한 연구소들은 정부와 협력해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며, 장기적인 연구비 지원이 보장되고 있다.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구조적인 변화 필요

국제 경쟁력은 꾸준한 투자와 연구 개발의 결과로 나타난다. 하지만 정책의 빈번한 변화로 인해 일관된 전략을 추진하지 못하면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특히, 글로벌 과학기술 흐름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권 교체로 인해 이러한 전략이 단절될 위험이 있다.

올 초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발표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양자역학, 차세대통신과 같은 핵심 기술들이 사상 처음 중국보다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까운 미래에 경제위기로 다가올 심각한 문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우리나라를 앞설 수 있었던 것으로 과감한 연구비 투자를 꼽았다.

따라서 더 이상의 후퇴를 막기 위해 연구분야 만큼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초당적 합의와 장기적인 비전 설정,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각 연구기관에 적합한 수장을 두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력도 이력도 없는 인사를 주요자리에 앉혔다면 낙하산 의혹만 제기되어 연구자들의 사기만 떨어뜨릴 뿐이다.

기술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다. 정부는 연구 개발을 국가의 장기적인 비전으로 보고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해야 한다.

필자 소개

백승희(q100sh@gmail.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예명대학원대학교 리더십전공 전임교수,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겸임교수

기술경영학 박사, 전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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