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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왕'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돈 쓰는 재미’

정기석 2024-09-05 조회수 8
'기부왕'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돈 쓰는 재미’
  •  정기석
  •  승인 2024.09.0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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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칼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제19대 대한노인회 중앙회장에 당선됐다. 이 회장은 “노인다운 노인으로 존경받는 노인으로 후대를 생각하는 노인으로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하며 고령사회를 선도하는 존경받는 어르신으로 노인회를 자리매김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이 회장의 그 말이 그냥 해보는 말은 아니라는 믿음이 간다. 이미, 이 회장은 기업 차원에서 1조 1800억 원이 넘는 ESG 경영을 펼치고, 개인으로는 2650억 원을 사회에 기부하며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몸소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사재를 털어 설립한 우정문고를 통해 경영난에 빠진 국내 최고 권위의 월간 문학잡지인 ‘문학사상’까지 인수했다.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부왕’다운 광폭 행보를 거침없이 내딛고 있는 중이다.

이번 문학사상 인수는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문화는 경제의 산물’이라는 강한 의지가 반영되었다고 한다. 적자경영이 뻔히 예상되는 순수 문예지 출간을 지원하는 ‘메세나’ 활동의 대표적 사례가 아닌가 싶다.

부영 직원 자녀들에게 1억원씩 출산 장려금

지난 2월에는 부영그룹 시무식에서 직원들에게 거액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했다. 2021년 이후 태어난 직원 자녀 70명에게 1인당 1억 원씩을, 연년생 자녀를 둔 직원, 쌍둥이 자녀를 낳은 직원은 각각 2억 원을, 총 70억 원을 쾌척했다.

국내기업 최초로 직원 출산장려금을 단행한 이 회장은 저출산의 배경에는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 그리고 일과 가정생활 양립에 어려움이 큰 이유로 작용하는 만큼 출산장려금 지급을 시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이 회장의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기부 선행은 이게 처음이나 끝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고향 순천 운평리 280여 가구 주민에게 현금을 그냥 나눠줬다. 거주 기간에 따라 세금을 공제하고 2600만~9000만 원을 저마다 개인 통장으로 현금을 꽂아주었다. 그저 같은 고향사람이라는 이유 말고는 딱히 별다른 이유나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초중고 동창생들에게는 최대 1억 원, 친척과 군 동기들에게도 적게는 5000만 원부터 많게는 무려 10억 원까지 과감하게 베풀었다. 이렇게 이 회장이 고향 지인들에게 준 금액은 현금만 1400억 원, 선물 등 물품을 포함하면 2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사재를 털어 베푼 선행이라서 부영그룹 회사 임직원들도 전혀 모르고 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이 회장은 살면서 인연이 됐던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 현금 선행을 베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부 대상을 고향 마을로 특정한 것은 지방 소멸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었다고 한다. 고향을 떠나지 않고 지켜온 이들에 대한 그 나름의 감사 표시를 기부왕답게 현금으로 표현한 셈이다. 맞다. 누구에게나 고향은 그런 곳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사진=부영 제공>

‘기부왕 李회장’을 보는 삐딱하고 부러운 시선

그런데 이 같은 이 회장의 선행을 삐딱하게 보는 시선도 없지 않았다. 당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조항에 따라 취업이 제한된 상태였던 이 회장이 경영 복귀를 위해 사면을 노린 '꼼수 선행’이 아닌가 하는 의심과 지적이었다.

이 회장은 2020년 회삿돈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것도 '5억 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 해당, 형집행 종료일로부터 5년간 취업을 제한받고 있는 상태였다.

어쨌든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이 회장은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는 이후에도 사회 공헌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카이스트 기숙사 리모델링 비용 200억 원, 외국인 유학생 83명에게 장학금 3억4000만 원, EBS 사회 공헌 프로그램 '나눔 0700’에 10억 원, 대한적십자사에 3억 원 등 기부 선행을 줄기차게 이어오고 있다.

이번 노인회장 선거에 다시 출마한 이 회장에게 보내는 시선도 따뜻하지 않았다. 횡령 판결로 17대 회장 임기를 못 마치고 하차했던 전력이 도덕성 논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잇따른 기부 행보가 횡령 사건의 오명을 덮고 19대 회장 출마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는 불편한 시선이 적지 않았다. 노인회장에 재도전하는 게 지난번 중도 하차의 불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욕심으로 해석하는 호사가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부왕’ 이 회장은 노인회 복지에 관심을 갖고 일해달라는 회원들의 성원과 지지에 힘입어 노인회장 재선에 성공했다. 새 노인회장에게 거는 고령화사회의 기대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중근 회장, 80대 고령에도 '후계구도' 안보여

이중근 회장의 인생 여정을 살펴보면 가히 파란만장하다. 1941년 전남 순천 농촌마을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건설업을 통해 큰 부를 일군 자수성가 기업인의 표본이라 할만하다.

순천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마치고 건국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지만 생계가 어려워 중퇴할 정도였다. 그러나 건국대 중퇴 학력에 머무르지 않고 50대 후반 독학 행정학사 학위를 취득한 데 이어 고려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불도옹이다.

일찍이 건설업에 뛰어들어 부침을 거듭하다 1983년 삼진엔지니어링을 설립해 임대아파트 건설로 성공 발판을 마련하고 회사 이름을 지금의 부영으로 바꿨다.

지난해 경제 매거진 '포브스코리아’가 발표한 한국 50대 부자 순위에서 11억2000만 달러(약 1조5000억 원)의 자산을 보유, 29위에 랭크됐다..

창업주 이 회장이 80대에 접어들었음에도 부영그룹에는 후계 구도 이야기가 새어 나오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여전히 지주회사 격인 부영의 지분을 93.79% 보유, 막강한 1인 지배체제를 틀어쥐고 있다.

그나저나 ‘기부왕 이 회장’의 기부 선행, 또는 ‘돈 쓰는 재미’는 과연 어디까지, 언제까지 이어질까. ‘삐딱하지만 부러운’ 시선을 차마 거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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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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