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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이 없는 일본, 다음은 한국

정기석 2025-03-06 조회수 41
‘쌀’이 없는 일본, 다음은 한국
  •  정기석
  •  승인 2025.03.0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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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칼럼] 일본에 쌀이 없다. 만성적 쌀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던 일본에 쌀이 없다. 지난해부터 심각한 쌀 공급 부족 상태에 빠져있다. 당연히 쌀값도 폭등하고 있다. 쌀 5㎏ 평균 소매가가 지난해 6월 2100엔(약 2만원) 수준에서 지난달 중순 3627엔(약 3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결국 일본 정부는 비축미 21만t 방출이라는 중대 결단을 내렸다. 그동안 심각한 흉작이나 재해에 한정해 왔던 특단의 조치를 단행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난달 법을 개정, 쌀 유통에 차질이 발생해도 100만t 규모의 유사시 비축미를 방출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도대체 일본에서 왜 이런 쌀 사태가 벌어진 걸까. 이유는 의의로 단순하다. 일단 기상이변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쌀 생산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2023년산 쌀 생산량이 많이 감소했다. 그래서 필요한 수량 보다 40만t 정도나 부족해졌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쌀 수요량은 오히려 늘었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쌀 소비도 따라 늘었다. 심지어 100∼150년 주기 대지진의 전조마저 나타났다. 지진 발생 공포가 민간에 퍼지면서, 결정적으로 쌀 소비를 부추겼다. 가정마다 다투어 쌀을 사재기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쌀 품귀현상까지 나타났다.

쌀 생산과 식량안보가 서로 충돌

이같은 일본의 쌀 소동은 2023년부터 촉발, 2024년까지 이어졌다. 다행히 2024년산 쌀 작황은 평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남부 해안지역 지진으로 인한 불안심리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쌀 가격은 천정부지로 계속 뛰고 사태는 장기화하고 있는 상태이다.

한편 일본 정부가 오랫동안 추진한 쌀 생산조정제도 문제의 원인으로 함께 거론된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과잉생산되는 쌀 생산을 줄이려는 데 힘을 기울였다. 콩이나 밀, 사료용 쌀 등으로 전작하는 정책을 견지했다.

이같은 일본의 상황은 남의 나라 일로 결코 들리지 않는다. 일본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의 상황에 그대로 겹쳐진다. 한국도 쌀 소비량 감소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는 건 마찬가지 아니던가.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양곡소비량조사 결과가 사실을 말해준다. 지난해 가구부문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5.8kg으로 전년 56.4kg보다 600g 줄었다. 다만, 식료품, 음료 등 제조업의 쌀 소비량은 87만3363톤으로 전년대비 6.9%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지난해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집에서 먹는 음식 대부분을 직접 만들어 먹는 가구비중은 59.7%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외식, 배달·테이크 아웃, 간편식 등으로 해결하고 있다.

쌀 소비량 보다 쌀 생산량이 더 줄어

즉, 쌀 소비량은 인구감소, 식생활 패턴 변화 등으로 가정용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간편식 수요 증가와 가구 구조 변화 등으로 가공용 소비는 늘어날 것이다.

쌀은 국민의 주식이다. 국가 식량자급률과 식량안보에 직결된다. 그렇다고 소비는 줄어드는데 쌀 생산을 유지하면 생산과잉 문제를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생산을 줄이면 결국 수입 곡물에 식량안보를 의존하게 된다. 쌀 생산 정책과 식량안보 정책 사이에 상충되는 난제가 간단치 않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농정당국은 대대적인 쌀 감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연간 생산 감소폭이 소비 감소폭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러나 쌀에 구조적 공급과잉이 존재한다는 정보 자체가 왜곡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농식품부가 양곡정책에서 소비를 가늠하는 지표로 삼는 통계청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감소세에 함정이 있다는 문제제기다.

통계청의 1인당 쌀 소비량은 가계·외식분야의 취사 소비만을 조사한 통계로, 집단시설·가공업체 소비 등이 누락돼 있으므로, 쌀 소비량을 확인시켜 줄 온전한 통계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1인당 쌀 소비량에 가공업체 소비량을 합치면, 최근 3년 동안은 오히려 연속해서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쌀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는 정부의 말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농지 규제 완화, 농지 감소와 쌀 감산 가속

문제의 심각성은 쌀 생산량 추이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민 1인당 국내 쌀 생산량은 14.3kg이나 감소했다. 그에 비해 1인당 소비량은 2.9kg 밖에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농식품부는 생산 감소폭이 소비 감소폭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허언을 그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농정당국이 중장기적인 식량안보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오히려 감산이 아니라 증산정책을 꺼내들어야 하는 식량안보 위기상황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농식품부는 농지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공공연히 밝히고 나섰다. 농업진흥지역 전용 확대, 상속·이농 농지상한 폐지, 농지위원회 심의 생략. 농업법인 농지이용증진제 시행, 지자체의 농지전용, 농업진흥지역 해제·지정 권한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경자유전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간 농지면적은 10.7%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농지 규제를 완화하면 농지 감소가 가속화되고 쌀 생산이 감산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일본은 농지농용 등의 원칙으로 면적의 90%가 절대농지다. 중국도 식량안보보장법을 통해 식량생산에 필요한 기본적인 농지 총량을 법제화하고 있다. 우리도 식량 확보를 위한 농지 면적을 150만ha로 잡고 있다.

식량자급률 49%, 곡물자급률 22%에 머물고 있는 한국 농정 현실에서 쌀 감산 정책이, 농지 규제 완화가 적절한가. 정부의 농정철학과 정책이 변하지 않으면, 쌀이 모자라 쌀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일본, 다음은 한국 차례일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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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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