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2015년 MBK 파트너스가 7조 2,000억 원에 인수했던 대형 유통기업이 10년 만에 법정관리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대형마트 산업 자체가 온라인 소비 확산, 인구 구조 변화, 지역 상권 규제 강화 등으로 이미 쇠퇴 국면에 접어든 지 오래지만, 홈플러스의 파산 소식은 단순한 시장 흐름을 넘어서는 충격을 안겼다.
더 큰 파장은 그 이면에서 비롯됐다. MBK는 기업 인수 직후 홈플러스가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자산을 대거 매각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유동 자금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실현했다. 문제는 이러한 자산 유동화 과정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고, 결국 구조조정과 실적 악화를 거쳐 법정관리라는 결과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반면, 경영 실패에 따른 손실은 직원, 협력업체, 소비자, 나아가 지역사회에 전가되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의 경영 실패가 아니다. 사모펀드란 무엇인가. 그들은 단순한 자본 공급자인가, 아니면 실질적인 경영 주체인가. 그리고 그들이 져야 할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본질적인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형식적 투자자인가, 실질적 경영자인가
사모펀드(PEF)는 일반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이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에 자본을 투입해 경영 효율화를 꾀하고, 기업 가치를 높인 뒤 매각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구조를 갖는다. 이상적인 모델에서는 경영 참여를 통해 기업 체질을 개선하고, 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상당수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한 후 자산을 매각하거나 현금 흐름을 극대화해 단기적으로 수익을 회수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 수익 실현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기업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나 지속 가능한 성장에는 장애물이 된다.
MBK 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사용한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이 대표적이다. 점포 부지를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정비 부담을 높였고, 자산 기반이 약화되면서 위기 대응 능력도 줄어들었다.
실패의 책임은 누구의 몫인가
반면, 온라인 쇼핑 확대나 디지털 전환 등 유통업 전반의 변화에는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결국 본질적인 혁신은 외면한 채 재무적 수익 실현에만 집중한 결과가 오늘의 위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단일 기업을 넘어 수만 명의 고용과 수천 개의 협력업체, 지역 경제와 소비 생태계 전반과 연결된 유통 허브였다.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이다. 이미 일부 점포는 폐점 수순에 들어섰고, 협력업체들의 납품 대금 회수도 불투명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MBK는 이미 상당한 투자 수익을 회수한 상태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윤리적으로는 질문이 남는다. ‘이익은 철저히 사유화되었지만, 손실은 광범위하게 사회에 전가되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손익의 구조가 일방적일 경우, 사모펀드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구축되기 어렵다.
규제 사각지대, 이제는 손봐야 할 시점
사모펀드는 대부분 비상장 구조로 운영되며, 경영 투명성이나 이해관계자 보호에 대한 의무가 낮은 편이다. 공시 기준도 완화돼 있어 기업 인수 이후 어떤 방식으로 경영 전략이 바뀌었는지, 자산 운용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외부에서 알기 어렵다. 이는 ‘책임은 덜고 권한은 많은’ 구조를 만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모펀드가 실질적으로 책임을 회피할 여지를 제공한다.
이제라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인수할 경우 일정 기간 고용 유지 의무를 부과하거나, 자산 매각 시 사전 공시 및 사후 감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단기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ESG 기준을 적용하고, 경영 전반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MBK 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외에도 다수의 기업에 투자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낸 이력이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 사태는 그 이면에 존재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다. 단순히 수익을 얼마나 냈는지가 아니라, 그 수익이 어떤 방식으로 창출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누가 어떤 부담을 지게 되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할 시점이다.
사모펀드는 자본시장의 필수적인 주체다. 그러나 사회적 신뢰와 책임이라는 토대 없이 장기적으로 존속하긴 어렵다. 단기 수익 실현을 넘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투자 철학이 필요하다. 그것이 사모펀드가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책임 있는 경영 주체’로 거듭나는 길이다.
이제 사모펀드에게도 묻자.
“이익은 이미 가져갔는데, 책임은 누가 집니까?”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금융소비자연구원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