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2024년 12월, 대한민국은 정치적 혼란과 경제 위기가 맞물리며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13일 만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국가 지도부는 공백 상태에 놓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했지만, 이는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헌정사상 유례없는 상황을 초래하며 정치적 혼란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 같은 정치적 불안정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12월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82.6원을 기록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증시는 장중 2400선이 무너졌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금융시장은 불안정의 늪에 빠졌다. 외신들은 한국의 정치적 공백이 군 통수권의 부재를 초래하고 외교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며 한국 경제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외 경제 환경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며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리스크 속에서 한국의 내부 정치적 혼란은 경제 구조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과 외환위기 재발 우려 등이 현실로 다가오며 한국 경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의 과제와 한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안보 강화, 경제 안정, 치안 유지를 3대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대외 소통을 강화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물가 관리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권한대행 체제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모두 부재한 상황에서 권력의 연속성과 정책 신뢰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 간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며 필요한 입법과 정책 집행이 지연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최 권한대행의 활동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치적 갈등이 민생 문제 해결을 저해하고 있는 현실은 경제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민생 경제 안정은 시급한 과제이지만, 정치권이 차기 대선 유불리나 따지며 '치킨게임'을 벌이는 등 대립을 이어가는 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은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역할과 성숙한 시민의식

정치적 혼란과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은 과격한 정치적 선동에 휘둘리지 않고 냉철한 판단으로 국가적 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과거에도 경제 위기를 국민의 단합된 의지로 극복한 경험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IMF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민들은 자발적인 협력과 희생으로 경제 회복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번 위기 역시 국민의 단결된 노력과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민은 경제 활동을 유지하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함으로써 사회적 기반을 튼튼히 해야 한다. 또한, 정쟁을 일삼는 정치권에 엄중히 책임을 묻고, 민생 안정을 위한 정책이 실현되도록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경제 회복 대책과 위기 극복 방안

정부는 경제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다각적인 조치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주요 국가들과 외환 스와프를 확대하고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대외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이 긴요하다.

내수 경제 안정을 위한 정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동결하고, 취약계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청년,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경기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안보와 치안 강화를 통한 국민 불안 해소 역시 필수적이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철저한 대응과 국내 치안 강화를 통해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 회복의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이번 정치적 혼란과 경제 위기는 대한민국에 중대한 시련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위기는 곧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정치권은 책임 있는 자세로 협치와 초당적 노력을 통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국민은 흔들리지 않는 의지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경제 회복과 사회적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 

정부와 국민, 정치권이 힘을 합쳐야만 대한민국은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더욱 견고한 경제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이러한 위기 극복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글로벌 신뢰와 위상을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권의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