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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시각

조개는 못 살아도, 어민은 살아야

정기석 2025-02-06 조회수 60
조개는 못 살아도, 어민은 살아야
  •  정기석
  •  승인 2025.02.0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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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칼럼] 전북에서 난데없는 러시아산 황태포 논란이 일고 있다. 고군산군도 선유도의 한 특산품 판매장이 논란의 진원지다. 러시아산 황태포를 팔았다는 것이다. 수익을 좇는 상점에서 국산이든 수입산이든 정당한 상행위를 한 게 왜 문제가 되었을까.

설마 불량식품이라도 몰래 팔았다는 말인가. 아니다. 그 가게는 일반 개인의 것이 아닌 마을공동체가 함께 꾸리는 ‘마을기업’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마을기업이라는 사실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다.

이 가게는 일찍이 행안부의 마을기업으로 지정되었다. 따라서 전북지역이 아닌 타 지역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그러니까, 마을기업인 이 판매장에서 전북산이 아니고, 그것도 수입산인 러시아산 황태포를 판매한 상행위는 명백히 마을 기업 규정을 어긴 것이다.

그렇다면 이 마을기업은 보조금 대상 제외 사유에 해당되는 것은 물론, 토지 무상사용 허가 취소 사유에도 해당되는 제재와 벌칙을 감수해야 한다.

마을기업은 왜 규정을 어겼을까?

의혹은 군산시가 과연 그동안 이 같은 사실을 몰랐냐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미 알고도 묵인해 왔으리라 의심하고 있다. 황태만 아니라 다시마, 젓갈 등도 타 지역산이거나 외국산으을 팔았다고 한다.

또한 이 마을기업은 19명의 출자자들에게 수익 배분도 거의 없고, 다수의 주민을 고용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당연히 마을기업에 참여한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의 불만과 원성을 사고 있던 참이다.

게다가 해당 특산품 판매장 대표는 어촌계수산물 판매센터, 음식점 등을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나아가 횡령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집라인 위탁 운영업체 간부와 동일 인물로 밝혀져 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 정도 되면 마을공동체 공유의 마을기업이 아니라 사실상 개인기업으로 변질되고만 것이다.

그런데, 전북지역 대표적인 신선 수산물의 고장 고군산 군도의 마을기업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도대체 왜 마을기업이 지켜야 할 규정과 정부의 지원 취지를 모르지 않을 텐데, 타 지역이나 외국 수산물을 판매하는 악수를 두었을까?

마침 지난해,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 운동본부’는 고군산군도 지역 주민을 인터뷰, 지역의 현실과 사정을 파악했다.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고군산군도의 바다 환경에 지역 특산품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썩어가는 새만금 갯벌, 무너지는 어업경제

장자도의 한 식당 점주는 “고군산군도에서 잡히던 바지락이 없어 바지락 칼국수를 메뉴에서 지웠다”면서 “조상 대대로 어부로 살아왔는데 양심상 수입산 바지락 칼국수를 팔 수는 없잖아요”라며 탄식했다고 한다.

아울러 “싱싱한 수산 창고가 전부 호떡집으로 바뀌고 있는 현실”이라며 “새만금 방조제에서 안 좋은 물이 계속 나오는 영향이 수산업이나 관광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여객터미널 앞에서 오랫동안 건어물을 팔아온 상인은 “고향에서 좋은 수산물 대신 수입산 건어물을 파는 마음이 좋지 않다”라고 안타까워했고, 선유도에서 맨손어업을 하는 한 어민은 “선유도 갯벌에서 썩은 내가 나는 등 환경이 안 좋게 변하고 있어서 생계기반이 척박해지고 있다”라고 증언했다고 한다.

이 운동본부는 새만금 내부 준설로 인해 미세한 부유물이 새만금 외역으로 밀려 나오면서 김 양식장에 뻘꼽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어민들은 양식장 뻘꼽 제거를 위해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무기염산을 대량으로 몰래 사용하고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군산시의회는 “정부와 전북특별자치도는 새만금호 해수유통과 생태복원을 국가사업으로 지정하고 새만금 개발의 대전환을 시행할 것”을 촉구하는 절박한 결의문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이 운동본부는 새만금 위원회 등에서 상시 해수유통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해수유통을 기반으로 한 기본계획 변경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어업 대신 어촌마을공동체사업으로 활로를

오늘날 이 같은 문제는 단지 새만금 갯벌만의, 고군산군도 어업경제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전국 어느 바닷가에서도 조상 대대로 터를 잡고 살아온 바닷가마을의 어업경제는 무너지고 어촌사회도 덩달아 사라지는 을씨년스러운 풍광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총면적 151만㎡ 중 148만㎡가 갯벌로 경남 최대 규모의 갯벌인 창포에 자리 잡은 율티마을에도 그 같은 조짐이 보인 지 오래다. 바다에서 물고기가 사라지고, 갯벌에서 조개가 사라지고 있다.

율티어촌계에서는 주로 장어, 가무락조개, 주꾸미 등 매년 평균 102 ton의 어획량 생산하며, 대부분 개인 도매업자에게 판매를 하며 생업을 어업에 매달려왔다. 하지만 지금, 율티어촌계는 명맥조차 유지하기 어렵고, 율티마을 주민들은 어업으로는 생계를 기약할 수 없는 위기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율티마을 갯벌에는 최근 사라졌던 ‘잘피’가 돌아오고 법정보호종 ‘갯게’, 멸종위기 2급 ‘기수갈고둥’이 발견되었다. 창포만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해 해양생태계를 복원, 보전하려는 지역사회운동도 활발하다.

지금, 율티마을 주민들은 어촌마을공동체사업을 한창 벌이고 있다. 바다와 갯벌에 물고기와 조개가 사라져도 사람들은 어촌마을을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물고기와 조개를 테마로 삼은 ‘어촌의 삶과 일과 쉼과 놀이’를 팔아먹고 살 준비와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 비록 갯벌에 조개가 살지 못해도, 어촌마을에는 사람이 지키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실증하고 싶은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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